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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편지: 세상의 등대같은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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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3-04-09 15:48 조회5,88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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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데이트성폭력으로 가해자로부터 오히려 법적 소송을 당하며 고통스럽지만 끝까지 싸워 이겨낸 70대 어르신께서 저희 상담소에 보내주신 글입니다. 성폭력은 지위,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성폭력 그 자체뿐만 아니라 관련된 일로 더 상처를 입을 수 있는 폭력이라는 것을 나타낸 사건입니다. 어르신의 동의를 구하여 뉴스레터에 실어 함께 공유합니다.

2008년 저는 친구의 소개로 ㅇㅇ노인복지관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집안에서 식구들 뒤치다꺼리 만 하다가 나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 여러 과목을 섭렵했고, 하루하루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유난히 내게 친절하게 굴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여러 책에서 미리 강의 자료를 발췌해서 만들어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몸이 약하다고 맛있는 것 사준다고 해서 몇 번 얻어먹었고, 제가 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울려 다니면서 친하게 되었고, 그 때는 그가 착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내게 너무 집착하는 것 같고 힘들게 해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적인 행동으로 저를 괴롭히며 오히려 저를 꽃뱀으로 몰아갔고, 심지어는 저의 집을 가압류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법적 싸움이 참 오래도 걸렸습니다.

1심 재판에서는 내가 승소했지만 그 사람이 항소해서 재판하는 중에 재판부에서 조정을 권해서 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기는 재판에서 내가 조정에 응한 것은 이런 상황이 너무 싫었고, 종교인으로서 용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죄를 뉘우치면 용서해주고 옛날같이 공부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도 거짓말하고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진실한 사과를 전제로 조정에 응했고, 우리집 가압류한 것을 풀어달라고 했습니다. 서로 양보하며 합의를 하게 되었고 합의서에 합의 내용을 어기는 쪽이 상대방에게 1,000만원을 주라는 단서를 적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그 사람이 보내온 사과문에는 진실된 사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저를 협박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와서 저는 당연히 소 취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저의 집을 조정사항 불이행을 들어 강제 경매 집행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법적 절차를 거치고 끊임없이 다른 사안으로 소송을 걸어 일일이 그에 대응하다 어언 3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받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은 말할 수 없습니다. 재판 내내 그들의 끔찍한 거짓말에 상처 입었고, 인면수심인 그들을 생각하면 몸에 전율이 오고, 몸서리가 처집니다. 나는 스트레스로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내과, 정신과, 신경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때때로 무기력해져서 살고싶은 마음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지난 3년간 주위의 친구들이 나를 위해 진정서를 써주고 위로도 해주고 그리고 상담소를 통해 무료로 변호사를 지원받고 병원비 지원도 받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니 그런 눈에 보이는 도움도 참 고마웠지만 나무상담소가 없었더라면 이 긴 싸움을 어떻게 끝낼 수 있었을까 , 그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 글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쓰는 일입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자면 크고 작은 일이 많은데, 살아보니 좋은 일 보다는 어려운 일이 더 많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도 없고, 벽에 부딪쳐 막다른 골목에서 생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나무상담소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내 나이는 인생을 정리하고 품위있게 돌아갈 나이입니다. 그런데 성폭력이라는 일로 법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는 걸 누구에게 털어낼 수 있었겠습니까?

나무상담소에 기대고 울고 도움을 받으며 이렇게 버텨왔습니다. 등대같은 분들입니다.

앞으로 또 제 3자에게 이런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이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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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심님의 댓글

하심 작성일

피해자분도 나무상담소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동안의 용기와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최은미님의 댓글

최은미 작성일

너무 오랜 세월 시름하셨습니다. 어머님의 그러한 용기는 젊은 피해자들에게도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사랑과 집착을 구분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정신적 피해와 아픔을 주는 것은 곧 자기자신을 핍박하는 것이라 봅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 서로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되는날까지 우리모두 서로에게 한그루 소나무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그동한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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